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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_ 자연 재해보다 러닝타임이 더 무서운 영화


 

 

가장 어이없었던 건, 잭슨 커티스(존 쿠삭 분) 가족을 재결합하기 위해 성형외과 의사를 가혹하게 아무 이유없이 죽였다는 점(사람 죽이는 걸로 비감함과 긴박함을 끌어올리려고 하면 안 되지, 이 사람들아). 너무 뻔뻔스럽고 가혹한 가족주의이고 매우 유치하고 단선적인 작법이 아닐 수 없다. 순결주의자, 혈통주의자도 아니고 이건 뭔 시츄에이션?  

아무리 선과 악이 극명하게 나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 해도 그렇지, 자기가 창조한 캐릭터에 대해 그 정도의 애정도 없는 작가라니!!(하긴, 그 의사 양반도 캐릭터 운운할 만큼 창조적인 인물도 아니었다.) 

조금만 인성이 비틀어졌다 싶으면 가차없이 제거하고 솎아내는 그 단순무식한 스토리도 놀랍지만, 그 와중에 '가족의 소중함'을 외치며 무슨 대단한 휴머니즘을 실현한 양 호들갑 떠는 꼴은 코메디가 따로 없다. 

 

극소수의 선택받은 인간들을 데리고 그들을 구원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그리스식 비극을 찍는 양 비감해하고, 누군가의 희생과 결단을 통해 정서를 고양시키려고 애쓰는데 눈물샘은 자극받지 않고 허리 통증만 가중됐다(영화가  길긴 또 왜 그렇게 길어!). 물론 이런 영화를 누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자극과 통찰을 기대하며 보겠냐만은, 그렇다면 시각적인 쾌감이라도 주어야 할 텐데 그 또한 아니올시다. 이 정도 기술력이야 이젠 동어반복의 돌림노래일 뿐. 오히려 특수효과가 주는 극단의 쾌감을 즐기려면 예고편으로 흘러나왔던 <아바타>를 기대하는 게 더 좋겠다.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이는 <트랜스포머>가 휩쓸고 간 뒤에 아무리 쓰나미가 몰려오고, 땅이 갈라지고, 빌딩이 무너져내려봐야 뭐하겠는가. 이미 쓸어갈 건 휴지 조각뿐인데.

 

하도 재미가 없어서 나중에는 '그래, 만약에 저 구조함에 탄 모든 사람들이 다 죽는 걸로 결말이 난다면(살기 위해 그렇게 아둥바둥해봐야 인간이란 미약하고 미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의미에서) 용서해주겠어!'라고 타협을 봤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일은 주인공이 초반에 죽는 것만큼이나 있을 수 없는 일. 

영화를 선택한 친구를 위해서 투덜거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근데 나라면 말이다, 전 세계가 멸망한다는데 그렇게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거리지는 않을 것 같다.

억울하게 특정인, 특정 지역 사람만 죽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가 멸망한다는데 뭘 그렇게 극성을 부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살만큼 산 건가;;;

사과나무를 심을 정도의 내공은 안 되지만 그렇게 사방팔방 돌아다닐 시간에 평소에 미워죽겠던 사람을 찾아가 따귀를 때리던지,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든지, 아니면 수면제나 왕창 먹든지 할 일이지 힘들게 뭘 그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더구나 그렇게 야비한 정치인들과 다시 세상을, 역사를 만들어가고 싶진 않다. 

 

 

       


내 서재의 책들 자유로우니깐♡ 한사람의 꿈 첫눈 오는날 만나요 예솔맘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놀이공원 쇼우 김치전쟁 소금처럼 하얗게
2011/06/15 13:56 2011/06/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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