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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사람의 화합과 평화를 노래한 익산 신작리 곰솔


불균형이 도리어 더 아름다운 익산시의 대표 나무

작성일 : 2005. 3. 15
답사일 : 2004. 12. 14

전라북도 익산시를 대표한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크고 아름다운 익산신작리의곰솔. 천연기념물 제188호. 2004. 12. 14

전라북도 익산시의 옛집에서 찾은 나무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이병기 생가의 탱자나무와 여산동헌의 느티나무 모두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나무들이었습니다. 특히 삶과 죽음의 기록처럼 남은 여산동헌 느티나무를 찾아서, 나무 아래에서 무참하게 죽어간 백성들의 넋을 생각하게 하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나무였습니다.


명쾌한 검은 빛을 띠고 싱싱하게 서있는 신작리 곰솔의 줄기. 2004. 12. 14

나무들과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익산을 돌아나오면서, 부여의 석성동헌 탱자나무가 떠올랐습니다. 퇴락해가는 동헌 앞마당에 옛 관리들의 서슬처럼 날카로운 가시를 치켜세운 채 외로이 살고 있는 동헌 탱자나무는 그 동안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는 지 궁금해서, 길머리를 부여 쪽으로 돌렸습니다. 그 길에 잠깐 익산을 대표할 만한 나무, 천연기념물 제188호인 익산신작리의곰솔을 찾아봤습니다.


익산을 들르면 반드시 찾아봐야 하는 나무입니다. 곰솔은 소나무이지만, 소나무 가운데 바닷가에서 살아서 해송(海松)이라고도 부르고, 육지에서 자라는 소나무의 줄기가 붉은 빛을 띠는 것과 달리 검은 빛을 띤다 해서 흑송(黑松)이라고도 부르는 나무입니다. 우리 말로는 처음에 ‘검은 솔’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줄어들어서 ‘곰솔’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게 된 소나무이지요.


이 곰솔은 임진왜란 때 이곳을 지나던 풍수지리를 잘 아는 한 나그네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명당자리여서, 이를 표시하기 위해 심은 나무입니다. 나무는 799번 지방도로 변의 작은 언덕 꼭대기에 우뚝 서있는데, 도로에서도 충분히 바라다보일 만큼 하늘로 우뚝 솟아올랐습니다.


익산 신작리는 바다로 이어지는 금강 하구에서 1.5Km 떨어진 가까운 곳이기는 하지만, 바닷가는 아닙니다. 이곳은 충남과 전북이 닿은 곳이어서, 얼마 전까지 음력 섣달 말 두 개의 도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화합을 다짐하는 축제를 열였다고 합니다. 꼭 나무가 있기 때문은 아니었겠지요. 그러나 한 그루의 아름다운 나무는 충청과 전라의 사람들의 삶에 화합과 평화를 전해주는 상징이었던 것입니다.


신작리곰솔은 4백 살이 조금 넘었습니다. 문화재청의 자료에는 이 나무의 나이를 350살로 추정한다고 돼 있는데, 임진왜란 때 심은 나무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면, 4백 살이 조금 넘어야 맞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임진왜란 때 심은 것으로 봐야 하지만 식물학적으로 350살이라는 이야기 아닌가 싶습니다만,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이어서 눈에 거슬립니다.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을 등지고 선 신작리 곰솔의 실루엣에서 불균형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2004. 12. 14

나무는 키 10.2m, 가슴높이줄기둘레 3.5m의 크기인데, 나무 아래쪽의 가지는 매우 넓게 퍼졌습니다. 남쪽으로 뻗어나간 가지는 키와 거의 맞먹는 9.4m나 되고, 동쪽으로 8.5m, 북쪽으로는 6.2m나 뻗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서쪽으로 뻗은 가지가 동쪽 가지의 절반도 안 되는 4.1m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나무의 자람은 해를 따라 들고 남이 결정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을 잃고 있어서 아쉽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보기 나름입니다. 동서남북으로 뻗은 가지들의 불균형은 도리어 이 나무의 표정을 매우 다양하게 해 줍니다. 세상의 모든 나무가 그렇지만, 신작리 곰솔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의 표정이 매우 다양하게 바뀌는 참으로 멋진 나무입니다. 뷸균형이 오히려 다양한 아름다움을 빚어낸 것 아니냐 하는 이야기입니다.


서쪽에서 바라보면 나무는 성장(盛裝)한 여인의 바닥에 살포시 닿은 치맛자락처럼 넓게 퍼진 모습처럼 우아한 균형미를 갖췄습니다. 혹시라도 고운 버선발이 남의 눈에 뜨일까봐 조심조심 걷는 여인의 다소곳한 모습입니다. 다른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서 돌아보면, 어느새 나무는 마치 앞쪽 차양이 넓은 야구모자처럼 한쪽으로만 가지를 넓게 뻗어낸 불균형한 멋을 보여줍니다.


어느 쪽의 표정이든 나라 안의 여느 곰솔의 아름다움에 비해 결코 모자라지 않다는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이 아름다운 나무 주위에 모여 화합과 평화를 노래했을 옛 사람들의 멋과 슬기가 그리워집니다.


글/사진 : 고규홍(gohkh@solsup.com) 올림


내 서재의 책들 자유로우니깐♡ 한사람의 꿈 첫눈 오는날 만나요 예솔맘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놀이공원 쇼우 김치전쟁 소금처럼 하얗게
2008/08/18 10:58 2008/08/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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